IT스타트업의 사무실 분투기

“사무실은 가능한 구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다.“
”요즘처럼 재택근무가 가능한 때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고정비용 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 회사의 수익모델이 먼저다.“

창업을 준비하면서 몇 번이고 들었던 소중한 조언들이였습니다. 각종 창업 커뮤니티에도 이와 같은 경험담들도 많았습니다.
멋진 사무실에서 대표 직함 달고 앉아있는 로망을 꿈꾸어서는 안된다고 말이죠. 저 역시 무시무시한 고정비용에 대해 알고 있기 때문에 초반에는 정부 또는 기관에서 제공하는 저렴한 보육센터에 지원해 보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내 39세 이상은 청년이 아니라서 곤란하다는 입구컷 자격요건에서 걸리고 말았지만요. (눈물)

결국 독립 사무실을 구하기 위해 한 달 이상을 돌아다니게 되었고 그간에 느낀 것들을 메모해보려고 합니다. *IT업계와 상황에 맞추어 쓴 내용이므로 보편적이라고는 할 수는 없겠습니다.

1) 사무실은 왜 필요한가?라는 질문

사실 저는 집에서 일하는 것이 익숙한 대표적인 “재택러”의 라이프 스타일을 갖고 있습니다.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도록 나름의 홈오피스 환경도 꾸며놓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출근을 싫어하기도 하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무실이 필요했던 이유는 결국 사람 때문이었습니다. 함께 일하는 팀원은 물론이고 가까운 시일내에 구인을 진행하게 될 때를 대비하는 것이었습니다. 스타트업의 열정과 가능성을 앞세우는 것보다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음이 훨씬 설득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요. 이전 회사에서도 홈페이지를 만들거나 사무실 이사를 진행할 때 가장 첫 번째로 고려했던 것이 신입 개발자가 일하고 싶은 마음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인가? 였습니다. 결국은 사람(소프트웨어) 때문에 사무실(하드웨어)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사무실의 필요가 사람으로 정해지니 위치, 평수, 가격, 인테리어 들이 따라서 정해졌습니다.

2) 경력 같은 신입? 프로토타입 없는 스타트업?

취준생에게는 ”경력 같은 신입“이라는 유명한 우스개 말이 있듯 스타트업 역시 똑같은 벽에 부딪치기 마련입니다. 초기 투자라도 받을려고 하면 고급스럽게 디자인된 사업계획서는 물론이고 학력과 경력이 우수한 멤버로 구성되어야 하고 그에 더해 제품의 프로토타입이 있는지까지 물어보십니다. 프로토타입을 만들려면 개발자가 필요한데 말이죠. 고용이나 사무실과 같은 비용은 줄여야 하고 프로토타입은 만들어야 합니다.
사실 대표가 대단한 비전을 제시하여도 직원은 연봉과 업무 환경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요즘 같은 개발자 기근에는 더더욱 그러하겠지요.
결국 대표는 선택해야합니다. 영끌까지는 아니어도 직접 투자의 리스크를 감수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이야기는 ”어떻게 고정비용이 드는 최단 시간 안에 투자를 받을 수 있는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낼 것인가” 하는 문제로 모아집니다. 그 시간은 몇 개월일 수도 1년이 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절대 초기 자본이 떨어지는 시기를 넘을 수는 없겠죠. 역시 사업도 사랑도 타이밍(Timing)인가 봅니다.

3) 이제부터 웃음기 사라질거야 가파른 이 길을 좀 봐

참으로 가혹합니다. 결국 사무실이 가동되는 순간, 제한된 시간과 비용, 한정된 인력이라는 관점에서 기회는 더 주어지지 않을 것이고 그 안에 수익 구조를 만들거나 추가 투자를 이끌어 내야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최고의 비용절감 방법은 꼼꼼한 사업계획과 프로덕트 디자인이라는 생각입니다. 기획 없이 개발자가 여유로운 회사생활을 즐기게 되거나 경영적 실수로 서비스 모델을 변경해야하거나 시행착오라도 한다면 두 번째 기회 따위는 허락되지 않을테니까요.

근 3개월 동안 쫄깃한 심장을 억누르며 사업계획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미 첫 번째 기획서는 쓰레기통에 쳐박혔고 또 다시 빌드-업을 진행하고 있죠. 그래도 그게 낫습니다. “실행한 뒤에 되돌리는 것= 낭비되는 비용“이니까요.

4) 돌아가는 다리는 이미 불탄지 오래

처음에 만만한 생각으로 시작한 창업이었지만 어느 덧 뒤를 돌아보니 이미 돌아갈 수 있는 다리는 불탄지 오래더군요.
스타트업은 팀 빌딩부터 사업계획까지 모든 창업 과정의 프로세스가 대표의 확신으로부터 시작됩니다. 확신을 증명하려고 달리다보면 어느 순간 더 이상 돌아갈 수 없게 되어 버리게 되는 것이죠. 이제 저 고정비용이라는 험난한 고개를 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겠습니다. 어쩌면 절박함을 갖고 뛰게 되니 더 열심히 하게되는 장점이 있긴 합니다. (씁쓸)

4월 15일부터 고정비용이 발생할 약속의 땅입니다.

코드넛이 사무실을 열고 업무를 시작하게 되었다는 글이 이렇게 두서 없는 글로 되었습니다. 만약 사무실 비용 계산법이나 위치 선정, 살림살이 마련 등의 팁이 필요하시다면 오픈 후에 써 보도록 하겠습니다.
직접 듣고 싶으시다면 언제든지 차 한잔 하러 오세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