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Start)도 쉽지 않은 스타트업(StartUp)

“돈 들이지 않고 창업하기”, “1억 받고 창업하는 꿀팁”,”왜 빚내서 사업하세요?”…

인터넷에 창업에 대한 자극적인 정보들이 넘쳐나고 있다. 대부분 정부지원사업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이야기들이다. 내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사장이 될 수 있다니, 혹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사실 그렇지만 실제로 작년말부터 스타트업 창업을 준비하면서 직접 부딪쳐보니 이제서야 고백할 수 있을 것 같다. “제발 사업하지 말라”는 많이 들어보았을 법한 바로 그 말이다.
정부지원으로 스타트(Start)하는 것이 이토록 쉽지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

하나, 공략법은 이제 누구나 알고 있다.

창업할 때부터 1억 받고 시작할 수 있어요. 예비창업패키지라는 정부지원사업을 이용하시면 되요. 직장에 다니고 있어도 지원할 수 있어요. 그리고 사업기간이 끝나면 초기창업패키지로 이어지고 청년이라면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추가적으로 1.5억원 내외를 받고 디딤돌 창업성장기술개발 사업에서 1.5억원, TIPS프로그램은 무려 7억. 합치면 11억이라는 자금을 확보할 수 있어요.

이미 유튜브와 블로그, SNS에 창업 지원사업에 대해 수 많은 글과 영상들을 만나볼 수 있다. 심지어 어떻게 팀 빌딩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사업계획서를 어떻게 써야할지에 대한 공략법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또, 사업계획서를 컨설팅 해주겠다는 업체들의 광고도 만날 수 있다.
이쯤되면 정부지원사업에 대한 공략법 쯤은 전부 공개되었다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공략하고자 하는 사람이 진정 사업을 하고자하는 사람인지 혹은 제도를 어뷰징하고자 하는 사람인지도 큰 의미가 없을 것만 같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정말 많은 사람들이 지원을 하기 시작하고 일종의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창업/스타트업을 위해 많은 정부예산이 사용된다는 것을 비판하고자 함은 아니다. 다만, 이제 일부 지원사업에 밝은 사업가 뿐만 아니라 누구나 창업하고자 한다면 손쉽게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는 점이다.

둘, 자영업 과잉경쟁과 코로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경제활동 인구 중 자영업자 비중은 평균 13%다. 한국은 두 배에 가까운 25%. 그리스·터키·멕시코·칠레·한국 순으로 자영업자 비중이 높다고 한다. 700만 자영업자들의 과잉경쟁은 더이상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평생직업의 개념은 이미 사라졌고 여러가지 이유로 퇴사를 결심한 사람들은 자영업하거나 창업을 해야만 한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자영업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기존 자영업으로 향하던 눈길은 이제 정부지원을 통한 창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셋, 뚜렷한 성장을 보여주는 스타트업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쿠팡이 수십조원의 기업가치에 미국상장을 한다고 하고 배달의민족은 9조원에 매각되었다고 한다. 이제 스타트업의 성장에 의심을 갖고 있는 사람을 찾기는 어렵다. 모든 기업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혁신 동력의 1순위로 꼽고 있고 사내 스타트업 육성 또는 투자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사회 인식도 뚜렷하게 바뀌고 네카라쿠배 (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라는 말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스타트업 전성시대이다.

이쯤되면 창업고시라고 불러야하지 않을까?

예비창업패키지의 경우 무려 1500명 이상을 대상으로 하지만 적게는 10:1에서 30:1이 넘는 경쟁률을 보인다고 한다. 2만명 이상의 사업가들이 도전한다는 단순한 계산이 나온다. 이정도면 창업지원사업이라기에는 고시에 비견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솔직히 고백하자면 10년 이상 IT기획자 생활과 비즈니스모델 개발경험을 갖고 있는 까닭에 손쉽게 창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만했었다. 기세등등하게 썼던 첫번째 사업모델은 형편없는 평가 속에 탈락을 거듭했다. 사업모델을 고치고 또 고치고, 팀 빌딩까지 서둘러 진행할 수 밖에 없었다. 특허 등록은 부족한 시간으로 시도하지 못했지만 출원정도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제서야 사업모델에 대한 좀 긍정적인 피드백을 만날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10년 경력의 기획자에게도 이렇게 힘들었다면 일반적인 대학생이나 사업기획경험이 없는 직장인에게 이 관문은 얼마나 힘들것인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현실 인식과 탄탄한 준비가 열정보다 나은 이유

통계에 따르면 창업 1년차 생존율은 65.0%다. 하지만 3년이 지나면 생존율이 42.5%로 뚝 떨어지고 5년차가 되면 열에 일곱(29.2%)이 문을 닫는다고 한다. 하지만 앞에 언급한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는 것도 창업을 한 이후에 가능한 일이다. 창업을 스타트(Start)해보지도 못한 케이스도 넘쳐나고 있다. 열정 있는 창업가에 응원을 보내는 것이야 당연한 것이지만 분명한 현실은 이야기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젊음을 밑천으로 용기 있게 창업하라고 다그치기만 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1억을 벌 수 있으니 어서 창업하라고 권장하는 것은 더더욱이나 안될 일이다.

사족 : 짧지 않은 스타트업 창업 준비기간을 거치며 거의 쉬어본 날이 없었던 것 같다. 멘탈은 계속해서 깨져나가고 가끔은 겁에 질리기도 했다. 솔직히 말하면 시작하는 것도 이렇게 쉽지 않았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할지 걱정이 앞선다.